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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아픈 말
아픈 말은 칼이다.
날이 서 있다.
하지만 말하는 사람은 모른다.
손에 든 것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얼마나 깊게 찌를 수 있는지."왜 너는 항상 그런 식이야."
"너 때문에 다 망했어."
"넌 원래 그런 애잖아."그 말들은
한 번 찌르고 끝나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꿈에서 깨어나도,
누군가 다정하게 웃어주어도,
여전히 등 뒤 어딘가를 찔러온다.
살 속 깊이 들어간 말은
자라난다.
고름처럼.
멍처럼.
형체를 잃은 고통처럼.아픈 말은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눈빛 하나, 숨결 하나에도 튀어나온다.
"또 상처받을까 봐."
"또 내가 틀린 걸까 봐."
"또 혼자 남을까 봐."
그래서 사람은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이상한 건 아닌지,
자기가 잘못 태어난 건 아닌지.아픈 말은, 결국
사람을 스스로 찌르게 만든다.나쁜 말
나쁜 말은 독이다.
공기처럼 퍼진다.
색도 없고, 냄새도 없고, 처음엔 몰라도,
조금씩 몸속을 잠식한다."쟤는 원래 그래."
"그렇게 해봤자 소용없어."
"걔는 안 돼."나쁜 말은 가능성을 잘라낸다.
발을 묶는다.
하늘을 가린다.다른 사람들이 한 말이라서,
처음엔 믿지 않았다.
하지만 열 번, 스무 번, 서른 번 들으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믿게 된다.
"그래, 난 원래 그런 애야."
"그래, 난 안 돼."나쁜 말은 스스로를 포기하게 만든다.
시작하기도 전에, 무너진다.
도전하기도 전에, 주저앉는다.나쁜 말은 누군가를 무너뜨리고,
그 무너진 사람은 또 다른 사람을 무너뜨린다.
전염병처럼 퍼진다.
희망을, 사랑을, 생명을.무심한 말
무심한 말은 바람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맞고 나면 서늘하다.
아프지 않은 척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숨이 막힌다."아, 그런 건 다 별거 아니야."
"에이, 그 정도 가지고 왜 그래?"
"그냥 웃어넘겨."무심한 말은 위로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상처를 부정하고,
눈물을 지워버린다."나는 너무 예민한 걸까?"
"내가 오버하는 걸까?"
"다들 괜찮은데, 왜 나만 힘들지?"무심한 말은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
슬픔을 외면당한 사람은
점점 자기 목소리를 잃는다.
조용히 침묵하고, 조용히 사라진다.그래서 무심한 말은 잔인하다.
상처 입은 사람을 두 번 죽인다.
한 번은 아픔으로, 한 번은 외면으로.치유하는 말
치유하는 말은 빛이다.
어둠을 다 몰아내진 못해도,
어둠을 찢을 수는 있다.
한 가닥의 따뜻한 빛으로."너 힘들었겠다."
"네 아픔을 알아."
"괜찮아, 천천히 가도 돼."치유하는 말은 결과를 묻지 않는다.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따지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
아파하는 너를 인정해 준다.치유하는 말은 손을 내민다.
"잡을래?" 묻지 않는다.
"여기 있어." 말해준다.
필요할 때, 네가 원할 때,
언제든 잡을 수 있도록.치유하는 말은 기다린다.
조급해하지 않는다.
"왜 아직도 힘들어?"
"언제까지 울 거야?"
그런 말 대신,
"괜찮아. 여기 있어."
그것만을 말한다.회복시키는 말
회복시키는 말은 뿌리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란다.
눈에 띄지 않아도,
조금씩, 조금씩 삶을 밀어 올린다."넌 생각보다 강해."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포기하지 마. 네 안엔 아직 살아있는 게 있어."회복은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 싹이 터도,
내일은 다시 비바람에 꺾일 수도 있다.
하지만 회복시키는 말은
넘어졌다고 다 끝난 게 아니라고 말해준다.
부서졌어도, 다시 짓고,
꺼졌어도, 다시 불을 피우라고.회복시키는 말은
사람을 뿌리내리게 만든다.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게.다시 일으키는 말
다시 일으키는 말은 불씨다.
꺼진 줄 알았던 마음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다."너는 여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네가 넘어졌어도, 넌 끝나지 않았어."
"시작해도 돼. 언제든."다시 일으키는 말은 새벽이다.
밤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에,
가장 조용한 빛으로 찾아온다.다시 일으키는 말은,
"너는 살아 있다"라고 알려준다.
"네 안에 아직 불이 있다"라고.넘어진 사람은 손을 내밀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다시 일으키는 말은
찾아간다.
그 사람 옆에 무릎 꿇는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괜찮아. 다시 걸어."마지막 문장
아픈 말은 찌르고,
나쁜 말은 썩게 하고,
무심한 말은 사라지게 만든다.하지만 치유하는 말은 빛이 되고,
회복시키는 말은 뿌리가 되고,
다시 일으키는 말은 불씨가 된다.나는 오늘,
어떤 말을 품을 것인가.
어떤 말을 던질 것인가.
어떤 숨을 살릴 것인가.말은 무기이자,
말은 선물이니까.